과식하면 수명 16년 단축…영양분 과잉이 노화 가속 원리 찾았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CNIO) 연구진
영양분 많다고 세포 착각시켜 실험
신호 조작한 생쥐, 수명 20% 줄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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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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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을 하는 식습관이 수명을 16년쯤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양분이 소화되면서 유해 활성산소가 나오고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도 교란돼 장기에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화와 노화 자체나 노화로 인한 질병을 막을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CNIO) 연구진은 과도하게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면 염증 반응으로 수명이 20%가량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식습관과 노화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가 장기와 유전자를 손상시켜 노화로 이어진다. 활성산소는 일반적인 산소보다 활성도가 크고 불안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반응하는 산소를 말한다. 인간이 겪는 질환의 90%가 활성산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아직 분자 수준에서 식사와 노화의 관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노화의 과정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으려면 생체 분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야 한다.
연구진은 mTOR 단백질을 조작할 수 있는 생쥐 모델을 개발해 실험했다. mTOR는 세포에 전달된 영양분의 양이 늘면 더 활성화되는 단백질이다. 수명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호 에페얀 CNIO 대사및세포신호그룹 리더는 “mTOR는 비만이 유발하는 노화, 질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생쥐에서 mTOR 신호가 과도하게 나오도록 조작해 세포가 실제보다 더 많은 영양분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일반적인 생쥐보다 빠른 속도로 노화를 겪었다. 피부가 얇아지고 췌장, 간, 신장 같은 장기가 손상됐다. 장기에서는 강한 염증 반응도 나타났다. 염증 반응은 손상된 장기를 보호하는 방어 체계이지만, 과도한 경우 질병을 일으키거나 오히려 노화를 가속한다.
에페얀 그룹리더는 “mTOR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우 생쥐의 수명이 20%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며 “사람 수명을 80세로 보면 16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생쥐를 이용해 이뤄졌으나 인간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쥐에게서 나타난 반응이 인간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mTOR를 조작한 생쥐에게서는 세포 노폐물을 제거하고 재활용하는 소기관인 리소좀의 활동이 크게 감소했다. 스페인 발렌시아대에서 확보한 70대 노인의 혈액 샘플에서도 리소좀의 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에페얀 그룹리더는 “리소좀은 세포의 에너지가 부족할 때 영양분을 재활용하기 위해 사용한다”며 “영양분이 과잉 공급되면 리소좀의 활동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노화를 유발하는 생체 분자가 알려지면서 노화로 인한 질병이나 노화 자체를 막는 치료법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에페얀 그룹리더는 “과도한 영양분의 섭취가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중추신경계 염증으로 인한 신경퇴행성 질환도 이 같은 과정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Aging(2024), DOI
<출처 : 조선비즈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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