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30%가 일한다… 증가폭, 60대 제치고 첫 1위
70대 취업자 200만명 육박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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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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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시에 사는 이모(71)씨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 전체 직원이 120명가량인 중소 물류 업체에서 화물 운송용 차량이 들어오면 물건을 실어 내보내는 일을 감독한다. 직급은 차장이다. 그는 50대 중반까지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옷감을 떼어다 중소 의류 업체에 파는 일을 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자녀들이 결혼해 분가한 뒤 일을 그만두고 3년쯤 쉬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면서 손주들 용돈도 팍팍 챙겨 줄 수 있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70대 이상 고용률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70대 이상 10명 중 3명은 일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취직·결혼·출산이 모두 늦은 ‘지각 사회’가 한국인의 인생 시계를 바꾸면서 ‘일하는 70대’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1~6월) 70대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5만명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70대 이상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 평균 취업자 수는 2845만명으로 1년 전보다 22만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것은 70대 이상이다. 70세 이상 취업자는 192만5000명으로 200만명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15만명 늘어 전체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어 60대(13만2000명), 30대(9만1000명), 50대(4만3000명) 순이었다. 반면 30세 미만(-11만5000명)과 40대(-8만2000명)는 취업자가 줄었다.
70대 이상 취업자 수와 증가 폭은 통계청이 70대 이상 취업자 수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최고치다. 2018년 상반기에는 70대 이상 취업자가 126만8000명이었는데, 6년 만에 65만7000명(52%) 급증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올 상반기에 처음으로 70대 이상이 60대를 앞섰다. 2018년 22.7%에 그쳤던 70대의 상반기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올해 30.2%로 뛰었다. 모두 역대 최초다.
통계청이 매년 5월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가운데 취업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3명 중 2명꼴인 66.7%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3년(61.6%)보다 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지금은 일하고 있든 일하지 않고 있든 ‘앞으로 일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도 68.5%로, 10년 전(60.1%)보다 크게 늘었다.
고령층이 일자리로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일할 생각이 있다는 55~79세 가운데 절반 이상인 55.8%는 연금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은퇴를 늦추려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하는 즐거움’(35.6%), ‘무료해서’(4.3%) 일을 한다는 고령층도 적지 않았다.
◇일하는 고령층 비율, 일본보다 높아
일할 생각이 있는 70대 대부분은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하루에 4~5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5~59세는 33%만 시간제 근로를 희망하고 67%가 전일제 근무를 선호한 반면, 70~74세는 67%, 75~79세는 80.4%가 시간제 근로를 선호한다고 했다. 향후 일할 생각이 있는 60~64세 가운데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비율은 42.1%, 65~69세는 53.4%로 집계됐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일하는 고령층 비율은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4.9%로 OECD 평균(15%)의 두 배를 넘는다. 한국 못지않게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25.1%)보다도 높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유럽 같은 곳들은 연금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서 일찍 은퇴하고 놀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미래 세대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어 불안하기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고령이어도 건강한 사람이 많다. 이들을 강제적으로 근로 환경에서 제거하면 사회적 손실”이라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4.07.15. 한예나 기자,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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