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시대를 말하다] 인생 2막 시작하는 당당한 신중년들

50~60대는 삶의 황금기… 하고 싶은 일 하는 지금이 봄날

박정현 승인 2024.07.19 15:23 의견 0

올해 기준 우리나라 50∼60대 신중년 인구는 약 1천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 32%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인생 제 1막을 마무리하는 퇴직이 가까워지면서 인생 제2막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민이 깊다. 과거와 달리 사회활동이 거뜬한 건강 상태와 환경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 설계에 많은 관심을 쏟는 가운데 중장년 정책도 급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인천시도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2017년 고령사회대응센터를 개소했다.

고령사회대응센터와 인천시는 지역맞춤형 연구와 조사를 통해 노년기 지원 사업과 제2의 인생 설계 등 사업을 추진한다. ‘시니어모델 입문 과정’, ‘50+ 인생 캠프’, ‘오피스가드너 양성교육’ 등 폭넓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꿈꾸던 인생 2막을 열도록 돕는다.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신중년들은 청장년 시절 해 왔던 일과는 전혀 연관 없는 일에도 당당하게 뛰어든다. 나이도, 신체적 조건도 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최적기를 맞는 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시니어모델 김미숙 씨

#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아야 해요. 요즘 가장 행복하고 좋아요

시니어모델로 화려한 제2의 삶을 시작한 김미숙 씨 얘기다. 그는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에서 진행하는 시니어모델 입문 과정을 수강한 뒤 인천문화예술협회 소속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이다.

큰 키와 모델 같은 체형으로 어렸을 때부터 모델을 꿈꿨지만 집안 반대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도전하지 못했다. 미용을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레 미용의 길로 접어들었고 약 40년간 미용실을 운영했다.

김미숙 씨는 "우연한 기회에 모델 입문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수강했는데 가슴이 뛰고 너무 좋았다"며 "모델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미소를 띄며 답했다.

그는 인천대에서 진행하는 시니어모델 심화과정도 최근 수료했으며, 앞으로도 모델 일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쇼에 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설레기 때문이다.

그는 "시니어모델 일을 하는 요즘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시기"라며 "쇼를 다녀오면 그 울림이 며칠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김 씨는 제2의 인생 시작을 앞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꿈꿔 온 일을 시작하면서 삶의 행복도가 차원이 다르게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김미숙 씨는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못하고 살았다"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 없이 시작해야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토털공예 공방 프리랜서 강사 강석연 씨

#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때다 싶으면 시작하자

강석연 씨는 두 달 전 토털공예 공방을 차리고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한다.

결혼 뒤 사업을 하던 강 씨는 우연한 기회로 실버 미술, 종이접기, 오피스 가드너 등의 수업을 수강하게 됐다. 손재주가 남다른 그는 배운 내용을 활용해 노인이나 아동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한다.

계속 진행해 온 봉사활동과 연계한 강사 일도 함께하며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십자수, 한지공예, 냅킨아트 등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제2의 인생을 열어 가고 있다.

강 씨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사용하는 게 의미 있다"며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고자 많은 교육을 수강했다고 한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그리고 일자리 연계 등 사업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석연 씨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가르치다 보니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며 "내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그때가 바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최적기인 만큼 나이를 따지기보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도시농업전문가회 감사 김미숙 씨

#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꿈꿔 보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을까요

김미숙 인천도시농업전문가회 감사는 과거 노인복지 관련 분야에 종사하다 퇴직했다. 휴식기를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원예 관련 강의를 수강했고, 이를 시작으로 고령사회대응센터, 인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교육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는 "어느 한 곳에 소속했다가 퇴직하면 공허함이 많이 느껴진다"며 "고령사회대응센터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교육을 들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2019년 공부를 시작한 그는 2021년부터 유기농업, 종자 관리, 가드닝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시농업 기초·전문가 과정 강사, 도시농부꽃마당 봉사활동 등을 이어 간다. 퇴직을 앞둔 시기를 회상하며 그때가 가장 의기소침해지는 나이라고 했다.

그는 "퇴직을 앞뒀을 때는 참 많이 주춤하게 된다"며 "혹시나 실패할까,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전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또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섣부른 조언을 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퇴직한 분들도 경제적 편차가 심하다"며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최적기는 정년을 앞둔 3∼4년 전부터라고 했다.

김미숙 씨는 "제2의 시작으로 새로운 일을 꿈꾼다면 적어도 3∼4년 전에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제2의 인생에서는 20∼30대 때 마음속에 품었던 꿈을 펼쳐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컨설턴트 이인희 씨

# 지금이 가장 다양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듯해요

이인희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컨설턴트는 평생교육진흥원 보조강사와 다문화가족 등에게 상담봉사를 하며 알찬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4년 만 59세 나이로 퇴직했다.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했을 때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상담 전공을 살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에서 진행하는 컨설턴트 교육을 듣게 됐고 이후 센터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50세 이후 인생 설계를 돕고 있다.

퇴직한 뒤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상담 직무를 꿈꿔 온 것은 아니지만 잘 맞는다고도 했다.

이 씨는 "평생을 교육공무원으로 생활하다 퇴직하니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누군가 60∼7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원하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이 시기가 참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데 ‘최적기’는 매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여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변곡점이 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최적기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상담 업무를 하면서 막연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일단 문을 열고 나오라고 조언한다.

이인희 씨는 "퇴직 전 일과 교회, 가정만 반복했다가 퇴직하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며 "걱정하고 두려운 분들에게 일단 많이 경험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 출처 : 기호일보 윤은혜 기자(2024.0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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